프랑스 작가 벤(Ben Vautier)은 예술이란 ‘충격을 주는 것(bring a shock)‘과 같다고 말했다. 충격을 주는 방식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 ‘반전’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방식이다. 마치 누군가에게서 반전의 매력을 발견하는 것처럼 예술작품에도 그런 경우가 있다. 바토의 « 피에로 »가 아주 좋은 사례다. 전통극에서 피에로는 슬픈 광대다.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연주하면서 슬픔을 토해내야할 그가 무표정으로 미동도 하지 않는다. 여기서 ’반전‘이 일어난다. 피에로가 지닌 광대의 이미지와 대립하는 정적인 « 피에로 »의 모습이 관객들에게 ‘충격‘을 일으킨 것이다. 이로 인해 그의 모습은 더욱 고독하고 쓸쓸해 보인다.
프랑스 북부 발랑시엔 출신의 바토는 권위적이고 과시적인 프랑스 고전예술에 반기를 든 화가이다. 프랑스 왕이자 고전예술의 상징적인 존재인 루이 14세의 사후, 화단에 등장한 그는 자유분방해진 궁정에 몽환적이면서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소개했다. 그의 작품에 나타난 사람들의 모습은 일탈을 꿈꾸며 사랑을 즐기고 망상에 빠진다. 때로는 고독을 느끼고 슬픔에 잠기기도 한다.
비록 바토의 예술은 후대 예술가들에 의해 다소 선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누구보다 감정에 충실했던 그의 작품은 여전히 일탈을 꿈꾸는 이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 전시 소개
올해부터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는 복원한 작품을 대상으로 ‘다시 보기(Revoir)’라는 테마의 특별 전시회를 치르고 있습니다. 앞서 전반기에는 플랑드르 출신의 화가, 얀반아이크의 « 롤랭 재상의 성모 »를 대상으로 한 전시회가 성공적으로 끝난 한편, 하반기의 주인공으로 프랑스 화가 바토의 « 피에로 »가 선정되었습니다.
서양화에서 피에로가 그림에 등장하는 시기는 대체로 비슷합니다. 주로 전쟁이나 혁명과 같은 혼란의 시기에 자주 나타나죠. 대표적으로 세계대전기, 활발히 활동했던 피카소와 같은 현대 작가들이 그러했습니다. 이들에게 영감을 준 바토도 프랑스 대혁명 직전에 등장한 화가입니다. 전시는 이와 같이 바토의 « 피에로 »가 남긴 발자취를 따라갑니다. 50만여점을 보유한 루브르에서 한 작품을 온전히 감상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를 공감하는 루브르 박물관에서 특별히 마련한 전시장이니 꼭 한번 찾아가보길 바랍니다.
- 전시 사진
- 전시 정보
장소 : 루브르 박물관(Musée du Louvre)
전시제목 : 바토 다시보기(Revoir Watteau)
전시기간 : 2024.10.16-2025.02.03
운영일시 : 09:00-18:00 (매주 수,금요일은 21시까지, 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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