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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조의 과일바구니

파리 전시정보

by heyjun 2024. 11. 13.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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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바구니를 든 소년(Garçon avec un panier de fruits), 카라바조, 1593-1594, 캔버스에 유채

 

종종 훌륭한 그림은 보는 이들의 시각 뿐만이 아닌 후각, 또는 청각과 같은 다양한 감각을 일깨워 입체적인 체험을 가능하게 만든다. 명암법을 즐겨쓴 화가의 성향을 감안한다면 이 그림의 주제는 분명 과일이다. 섬세히 묘사된 과일바구니는 마치 사진을 보는듯 선명해 감상자의 촉감까지 자극한다. 물론, 소년의 모습도 주목할 만하다. 선명한 과일바구니는 소년의 얼굴을 더욱 몽롱하게 만들고, 역으로 어두운 낯빛과 단촐한 복장을 한 소년의 모습은 과일 바구니를 더욱 풍성해 보이게 만든다. 마치 보색 대비의 효과처럼 서로가 서로를 보완해주는 셈이다. 누군가는 소년이 화가 자신의 모습을 가리킨다고 말한다. 아쉽게도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서유럽 정물화의 시작으로 불리는 이 그림은 이탈리아 미술이 서사 중심에서 감상 중심으로 넘어가던 때에 탄생한 작품이다. 그림은 이제 특정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보조도구가 아닌, 자체로서 명상이 가능한 장르로 변화한다. 그만큼 화가가 전달하는 메세지는 짧아지지만, 동시에 카라바조의 과일바구니만큼이나 아주 선명하고 강렬해진다.

 

카라바조에서 시작된 이 유행은 훗날, 조금 더 과장된 방식으로 변화하여 ‘일그러진 진주‘라는 뜻의 바로크(Baroque) 예술로 불리고 있다. 이는 종교전쟁으로 사람들의 가치관이 흔들리던 때,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며 유럽 전역으로 널리 확산되었다.

 

- 전시 소개

 

자크마르앙드레 박물관, 옛 부르주아가 살던 고택을 개조해서 만든 박물관이다.


파리 소재의 자크마르앙드레 박물관에서는 카라바조의 « 과일바구니를 든 소년 »을 포함해 이탈리아 로마 보르게세 갤러리(Galleria Borghese)에서 건너온 걸작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보르게세(Scipione Caffarelli-Borghese)는 외숙부이자 교황인 바오로 5세의 후광에 힘입어 많은 예술작품을 수집했던 컬렉터이자 추기경입니다. 안목이 남달랐던 그는 '범죄자 화가' 카라바조의 작품을 포함해 라파엘로, 카라치, 티치아노 등의 작품을 수집하여 바로크 시대를 전후로 하는 이탈리아의 대표 컬렉션을 완성시켰습니다.

 

1년 동안의 긴 공사를 마친 박물관에서 공개되는 첫 전시회인 만큼 이미 많은 파리 시민들을 불러모으고 있습니다. 옛 부르주아가 살던 고택에서 한 시대를 풍미한 이탈리아 고전 작가들의 명작을 만나보세요.

 

- 전시 사진

 

- 전시 정보

 

장소 : 자크마르앙드레 박물관(Musée Jacquemart-André)

주소 : 158 Bd Haussmann, 75008 Paris

 

전시제목 : 보르게세 갤러리의 명작들(Chefs-d’oeuvres de la galerie Borghèse)

전시기간 : 2024.09.06-2025.01.05

운영일시 : 매일 10:00-18:00 (금요일은 22시까지, 토/일은 20시까지)

홈페이지 : https://www.musee-jacquemart-andre.com/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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